[해외원정] 3. 2015 북극권 개기일식 & 오로라 (3편)

 

1편 : (멀리 사는) 두 마리 토끼 잡기 (http://www.nightflight.or.kr/xe/124260)
2편 : 일식 난민 - 우리의 미래는 어떻게? (http://www.nightflight.or.kr/xe/127586)
3편 : 설날 아침의 선물 (http://www.nightflight.or.kr/xe/149584)

 

(혹시 1~2편을 보지 못한 분은 보고 나서 3편을 보셔야 이게 무슨 얘기인지 아실 거에요)

 

 

오늘은 설날이다.

 

음력 1월 1일 달이 없는 날..

 

다음 그믐에는 개기일식이 있을 예정이다.

 

지구상 최북단의 공항이 있는 스발바르 섬에서..

 

 

2009년 중국, 2010년 호주, 2012년 일본, 2012년 호주, 2013년 필리핀, 2014년 호주까지

 

원정 계획을 짜면서 이렇게 고민하고 생각을 많이 해본 적은 없었던 것 같다

 

전체 일정은

 

3/13(금) 인천공항을 출발해서 북경과 스톡홀름을 경유하여

 

스웨덴 최북단 키루나에서 5일간 오로라를 관측하고

 

다시 짐을 싸서 스톡홀름과 오슬로를 경유하여 북위 78도 노르웨이령 스발바르 섬에서

 

3일간 머물며 개기일식을 맞이하고

 

다시 오슬로와 코펜하겐, 프랑크푸르트를 거쳐 3/22(일) 인천공항에 도착하는 일정이다

 

 

 

1. 장비 운송

 

비행기를 10번을 타야 하는데, 항공사마다 나라마다 규정이 달라서

 

수하물 규정도, 핸드캐리 규정도, 운송 금지 품목도 제각각이다

 

너무 복잡해서 아예 표를 만들었다

 

 

 

결론은 출국부터 입국까지 10번의 비행에서 모두 문제가 없으려면

 

위의 노란색 규정에 맞추어야 하는 것.

 

(일반석은 수하물 1개 20kg, 기내 1개 5kg / 비즈니스석은 수하물 3개 50kg, 기내 2개 5kg)

 

아 알았어 알았어.. 에어차이나(CA) 때문에 장비 운송에 손실이 이만 저만이 아니다

 

 

2. 오로라 Point

 

스칸디나비아 산맥의 영향으로 노르웨이보단 스웨덴이 기상이 좋아서 스웨덴을 거점으로 삼고

 

캠핑카를 빌려서 일기예보 참조하며 떠돌아 다니기로 했는데

 

우선은 스톡홀름도 아니고 그 촌동네(키루나)에서 캠핑카를 빌리기가 너무 어렵다

 

그리고 우리는 스발바르행 비행기를 타기 위해 3/18(수) 오전에

 

노르웨이 트롬소 공항에 도착해야 하는데

 

키루나에서 빌릴 수 있는 캠핑카는 국경 너머 트롬소에서 반납할 수가 없고

 

일반 차량도 국경 건너 반납하는 옵션을 선택하는 순간

 

몇 시간 렌트 비용이 백만원을 훌쩍 넘어간다. 이건 하지 말라는 소리지.. --;;

 

생각보다 캠핑카를 위한 캠핑장이 북쪽 동네에 별로 없기도 하고..

 

캠핑카는 포기!

 

그럼 숙소는 어떻게 하고 차는 뭘로 빌려야 하나.. 방황하고 있는데

 

키루나에서 한달간 살다 오신 강명우님이 꿀팁들을 전수해 주셨다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키루나의 날씨가 좋아서,

 

렌트카를 빌릴 것도 없이 그냥 키루나에서 숙박을 하며 관측해도

 

'충분히' 오로라를 볼 수 있다는 말씀.

 

키루나에 베이스 캠프를 차리고 5일간 머물면서,

 

날이 아주 좋으면 근처의 아비스코 국립공원 1100 고지에서 최고의 오로라를 감상하고

 

완전 꽝이 날 것 같으면 당일날 렌트카를 빌려서 노르웨이나 핀란드로 넘어가는 것으로 결정.

 

아래는 키루나에서 잡은 베이스캠프, '캠프 리판'이다

 

 

이렇게 안 보이기만 해 봐라..

 

 

 

3. 북극에서 노숙하기

 

모든 계획이 치밀하게 착착 준비가 되고 있는데.. 단 하나,

 

개기일식을 볼 북극에서는 숙소를 구하지 못했다

 

1년 내내 글로벌 호텔 사이트들을 뒤져도 호텔방은 한 개도 나오지 않는다

 

유일하게 예약 가능한 곳은 캠핑장.

 

3월의 북극. 얼마나 추울까? 에이 그래도 설마 봄인데.. 하고

 

3월에 스발바르 캠핑장에서 캠핑을 했다는 사진을 찾아보니

 

하아.. 이걸 지금 하라는 거니..

 

 

캠핑 사이트에선 설상 가상으로 아래와 같은 메일을 보내 주었다

 

 

그래 굳이 너네들 손해볼 일은 할 이유 없겠지

 

 

스발바르 주정부, 공항, 여행업체, 모든 공식 숙소에 연락하여

 

방 하나만 달라고 사정을 해 봐도

 

멜 확인 안 하는 데가 제일 많고

 

회신이 와 봤자

 

'몇 년 전에 예약 끝' 메일이나

 

'하룻밤 인당 50만원씩 내면 생각해 보겠다'는 호구 모집 광고 뿐.

 

그러는 와중에 차를 한 대 빌렸다

 

북극(스발바르)의 유일한 렌트카 회사의 스포티지.

 

(어울리지 않게 회사 로고는 귀여운(?) 북극곰)

 

 

머나먼 북극에서 겨우 구한 차 한 대가 기아차라니.. ㅡ_ㅡㅋㅋㅋ

 

여기서 시동 켜 놓고 자면 되겠지 뭐

 

같이 가는 세 명 중에 한 명은 자동차 연구원이고 한 명은 의사인데

 

그렇게 허무하게 차에서 얼어 죽지는 않을거야 ㅡㅡ;;;

 

허나 북극 원정을 미리 다녀온 선배들의 얘기는 또 많이 다르다.

 

저체온증으로 생명이 위험해질 확률이 높다는 것..

 

렌트카 업체에서는 어찌 낌새를 느꼈는지

 

'차에서 자는 것은 절대로 안 된다'고 메일로 엄포도 놓고.. ;;;

 

우리에겐 대안이 없다. 남의 눈에 안 띄는 곳에 어디 잘 숨어서 자야지.

 

(사실 나는 얼어 죽을 걱정보다는 차에서 노숙하다가 경찰에게 걸려서

 일식도 못 보고 쫓겨나는 것이 가장 큰 걱정이었다)

 

차박을 하며 견딜 수 있도록 바지 위에 덧입는 극지용 오버트라우저도 사고

 

몸 속에 넣을 핫팩도 준비하고 바핀 신발도 필파워 800의 마하 패딩도 있지만 이거 영 불안하고 찜찜해서

 

실제로 아주 추운 날 혹한기 훈련을 해 보기로 했다

 

지난 관측기에서 쓴 대로 (http://www.nightflight.or.kr/xe/147457)

 

핫팩을 충분히 활용하니 영하 20도쯤 되는 광덕산 조경철천문대 주차장에서도

 

시동 한 번 켜지 않고 밤새 좌석에 앉은 채로 잘 잘 수 있었다 (물론 편하지는 않다)

 

 

[ 혹한기 훈련, 광덕산에서 스마트폰 & 터치펜으로 조강욱(2015) ] 

 

 

 

근데 북극에서 빌릴 그 차는 확인해보니 수동기어 차량이다

 

원정에 함께 하는 3인 중에 두 명은 아예 2종 오토 면허이고

 

한 명은 한 번도 수동 운전을 해 본 적이 없는 사람인데

 

처음 해 보는 수동 운전을 멀쩡한 길도 아닌 북극에서 해야 한다니..

 

그 얘기를 나누고 나서 모두 충격과 침묵에 휩싸일 수 밖에 없었다....

 

결국 그나마 면허가 있는 김동훈님이 김지현님의 수동 차량을 빌려서 연습 중 ;;;;

 

 

하아.. 너무나 사소한 일이 원정의 가장 큰 걸림돌이 되어 버렸다

 

원정이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시점,

 

이쯤에선 바가지 요금제로 아직 팔지 못한 숙소들이 나올 수 있을 것 같아서

 

다시 북극의 숙소들에 방 나온거 없냐고 떠 보니

 

이젠 몇몇 곳에서 입질이 온다

 

하지만 바가지에 맛을 들인 섬나라 사람들은 '정상적인' 가격으로

 

장사를 할 마음이 별로 없어 보인다

 

가격을 좀 떨어져서 인당 1박 45만원까지..  (일주일 뒤엔 1/5 가격이다)

 

아무리 특수한 지역이라 해도, 내가 감당할 수 있는 금액이라 해도

 

이건 좀 아니다 싶다.

 

 

좀 더 지켜보자고 하고 있는데

 

설날 아침, 처음 보는 메일 주소로 메일이 한 통 왔다

 

요약해보면 아래와 같다

 

"친구에게 연락을 받았는데, 너 스발바르에 숙소 구하고 있다며?

 너도 알겠지만 모든 호텔은 몇 년 전에 이미 예약 끝났고,

 한두개 나온다 해도 말도 안 되는 가격을 부를거야

 너 아직 비행기표 안 구했으면 그냥 때려치고,

 혹시 비행기표를 이미 구해 놨으면 우리집 쓸래?

 나는 우리 형이랑 둘이 방 두개짜리 집에서 사는데

 방 하나는 빌려줄 용의가 있음 (공짜는 아님)

 다만 침대는 따로 없으니 알아서 자라"

 

아.. 이게 웬 천사의 음성인가..

 

등 붙이고 잠만 잘 데가 있으면 된다는 우리 소망과 딱 맞는 그런 곳이다..

 

자기 집에서 재워 준다는 Niko라는 이역만리 사람의 최종 확정 메일을 기다리다가

 

북극 원정이 산으로 가는지 바다로 가는지 궁금해 하는 분이 있어서

 

음력 1일이 지나기 전에 진행 사항을 올려 본다

 

다음 그믐에 우리는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우리는 盡人事를 다 하고 待天命을 하고 있는 것일까?

 

한 달 뒤, 그 곳에서 극적인 순간을 맞게 된다면.....

 

과연 어떤 감정을 느끼게 될지

 

가늠이 잘 되지 않는다

 

 

 

 

※ 길고 복잡하고 불친절한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정리되고 친절하고 재미있는 글은 우선 많은 것들이 정리되어야 나올 것 같습니다.. ^^*

 

 

 

                               Nightwid 無雲