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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번은, 별이 꽤 많은 성단인데도 가운데가 텅 비어 있다

38_sketch.jpg


중앙에 밝은 별 하나 외에는 사각형 모양으로 비어 있는 것이다
 
반대로 주변부는 화려하고 다채롭다.
 
번화한 도시의 중심은 슬럼화되고 외곽 지역에 부촌이 형성되는
 
도시 공동화 현상이 왜 생각이 나는 것일까?
 
내 맘대로 슬럼 성단이라고 이름을 지어 본다



===========================================================

회사에서 한국 시장 마케팅 기획을 하던 나에게, 

유럽 출장은 접하기 힘든 낯선 미션이었다

어찌 어찌, 이리 뛰고 저리 뛰어 오스트리아 빈에서의 미팅 일정을 마무리하고 

홀가분한 마음으로 오후 몇 시간을 자유롭게 쓸 수 있게 되었다


뭘 하지? 

짧은 검색 끝에
 
클림트와 에곤 쉴레의 전세계 최대 collection이 있다는 벨베데레 궁으로 향했다

(짧은 거리에 택시비가 무려 만원..) 

 
키스의 원작은 확실히 볼만했다

kiss.JPG


택시비가 하나도 아깝지 않았다
 
항상 컴화면에서 조그만 이미지로 보던 것을
 
2미터쯤 되어 보이는 원작으로 보니
 
너무나 익숙한 그림임에도

아! 감동이 밀려온다
 
야구에서 직관의 맛이 있듯이,
 
미술관에서 원작을 감상하는 것은 항상 감동적이다.

(나에게는 이우환과 곽인식, 허스트의 점 그림들이 특히 그렇다)
 

키스, 유디트 등 클림트의 반짝이 그림들을 침흘리고 멍하니 보고 있다가
 
문득 재료의 다양성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다
 
연필, 콩테, 파스텔, 아크릴, 검은 종이와 캔버스..
 
클림트의 반짝이를 보고서, 

꼭 그림 재료로만 그림을 그리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산개성단을 샤프나 젤리펜이 아니라 

클림트처럼 반짝이를, 아니 진짜로 보석을 붙여넣고 싶어졌다



귀국하여 얼마 뒤, 비즈 재료 도매시장이 있는 동대문 종합상가 5층으로 향했다

5층에 올라서는 순간, 수많은 시선이 나에게 꽂히는 것이 느껴졌다
 
'저 X는 머야????'
  
가게 사장님들은 간혹 남자들도 있었으나 재료를 사러 온 사람들은 100% 모두 여성이다
 
'저 X는 머야???? 택배 기산가???'
 
평소 쪽팔림이란 걸 모르는 Nightwid.
 
택배 기사로 추정되는 시커먼 아저씨가 여자들의 세상을 여기저기 기웃거리고 있으니
 
뒤통수가 따가워짐이 느껴진다


한참을 뒤져서 원하는 빛나는 점들을 발견했다

biz.jpg


그래 이거야!!!!
 
검은 펠트천에 붙은 반짝이들..
  
수상한 아저씨한테 눈길도 주지 않는 무뚝뚝한 여사장님께
 
내가 그리는 별그림을 보여주며 이런 것을 하고 싶다고 졸라서

재료와 작업 방법을 배웠다
 

재료의 이름은 핫픽스.
 
유리로 만들어진 작은 반짝이들인데, 뒷면은 열을 가하면 녹는 접착제가 붙어있다
 
펠트천이나 옷감 등 원하는 바탕에 반짝이들을 올려놓고 다리미로 열을 가하면 

접착제가 녹으면서 착 달라붙는 방식..
 

집에 돌아와서 시간이 있을 때마다 몇 날 며칠을 비즈 공예(?)에 심취했다
 
새벽 1시에 작은 방에 쭈그리고 앉아서 핀셋으로 2mm 짜리 비즈 알갱이들을 집어서
 
예전에 그렸던 38번 스케치와 비교하며 완벽하게 별배치를 맞추고 있으려니
 
온갖 생각이 머리를 어지럽힌다
 
이건 진짜 미친 짓이야 난 누군가 또 여긴 어딘가
 

몇 차례의 삽질로 많은 비즈와 펠트천을 날려먹은 뒤
 
나름 심혈을 기울여서 38번의 별 배치를 반짝이로 똑같이 만들었다

(하도 여러번 하다보니 38번 별 배치를 눈 감고도 외울 수 있게 되었다)
 
근데.. 열심히는 했지만 성에 차질 않는다
 

내가 산개성단을 비즈로 표현하고 싶다는 생각을 한 이유는
 
그 영롱하게 반짝이는 별빛을 샤프나 젤리펜으로는 표현하기가 너무 어렵기 때문이었다
  

근데
 
다 만들었는데....
 
별로 반짝이질 않는다.
 
조명에 잘 비춰야 겨우 조금 '반짝'일 뿐.
 
아.. 이것이 한계인가? 너무 약한데..

biz_38.jpg

 
왜 다이아처럼 반짝이지 않는가? 루뻬를 들이대고 비즈를 하나 하나 확대해 보니

그 비즈들의 컷팅은.. 면도 불균일하고 컷팅도 들쑥날쑥이다

결혼 반지의 다이아와 비교해 보니 비교 자체가 불가한 정도.
 
하긴 한 웅큼에 2000원 하는 비즈와 다이아몬드가 반짝임이 같으면 안 되는 것이겠지...
 

돈을 좀 써야겠다.

인터넷에서 스와로브스키 비즈를 찾아보니
 
일반 유리 비즈에 비해 10배~20배 정도 더 비싸다
 
헉!
 
이것도 일종의 장비병일까..  아님 최소한 그 정도 투자는 해 줘야 하는 것일까..
 
내가 표현하고 싶은 것들을 제대로 표현할 수만 있다면
 
충분히 시도해볼 가치가 있겠지......


그리고
 
택배로 받아본 개별 포장된 스와로브스키(SWALOVSKI) 크리스탈을 본 순간,
 
10배의 가격은 의미가 있는 것임을 깨닫게 되었다.
 
그래. 여자들이 다이아몬드에 열광하는 것도 이런 이유겠지


목욕재계하고 정신을 가다듬고 다시 방에 쭈그리고 앉아서 핀셋으로 한땀 한땀 크리스탈을 올린다

근데 대체 이걸 왜 이렇게 열심히 하고 있는 것일까?

swal_38.jpg



아하하.... 이젠 좀 만족스럽네...

수공예품 한 장 만드는데 재료비 5만원과 내 인건비가 몇 시간 들어간다는 것 빼고는 말이야..








                                            Nightwid 無雲


?
  • 김지훈 연수차장 2016.11.28 21:18
    확실히 더 입체적으로 육안으로 보는 것과 흡사하게 잘 표현이 되는 것 같네요 ^^
    M38은 도심에 어울리는 별이면서 동시에 도심에서는 관측하기 어려운 아이러니한 존재네요 ^^;;;
  • 조강욱 관측부장 2016.12.05 04:46
    네 효과는 확실한데
    수공예품을 만들어야 해서 품이 많이 듭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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