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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2.02 21:55

[M86] 쓸데없는 집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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썩소를 짓고 있는 얼굴 표정, 84 & 86 주위의 은하 9개 중에서
나는 M86 위의 눈썹인 NGC 4402를 가장 좋아한다.

[ 7천만광년 저 편에서 썩소를 날리다 - 15인치 반사, 검은 종이에 파스텔과 젤리펜, 조강욱 (2014) ]
M8486_sketch.jpg

뭐가 86번인지 4402인지 헷갈리는 분들을 위해 설명 버전도 한번..
M8486_sketch_indicated.jpg


한쪽밖에 없는 눈썹이 정확히 그 위치에 올라가 있는 것도 재미있고
또 그냥 그런 모양을 좋아하는 취향 때문이다.
우주 저편에서 한쪽 눈썹을 밀고 씩 웃고 있는 그 모습은 볼수록 감탄이 나온다

그리고 좀 더 잘 찍은 사진을 보면, 
은하는 더 이상 9개에 한정되지 않는다.
8486_photo.jpg
(출처 : 구글 검색)

그냥 쓱 훓어봐도 수십개는 더 찾을 수 있다.
그 중에서 어릴때부터 내 관심을 끌었던 것은 M86 은하 중심부에서 11시 방향으로 보이는 희미한 하얀 점이다.
86_VCC.jpg
↑ 요거

내가 20년 전에 성도를 외울 때는 분명 VC 874라는 이름으로 외웠는데 
요즘의 성도와 자료들을 찾아보니
PGC 40659 또는 VCC 882란 이름으로 불리고 있었다 (VCC는 Virgo Cluster Catalog의 약자이다)
시대에 따라서 네이밍도 유행이 있는건가.. 잘 모르겠다

여튼 86번을 눈에 담을 때마다 그 하얀 점 아니 작은 은하가
보이나 안보이나 한번씩은 의식하고 보는데
아직까지는 본 적이 없다
밝기는 16.7등급으로 많이 어둡지만 Surface Brightness는 14.1등급으로
근접할 수 있을만한 조건이다. 
실제로 14인치로 관측 기록도 존재한다

“내가 보지는 못했지만 거기 그것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것”은 묘한 매력이 있다
그것이 보이는지 안 보이는지는 구경, 실력, 날씨 등 한끗 차이일 때가 많고
그걸 본다고 세상이 달라지는 것도 아닌데
그것들, ‘도전 대상’을 보겠다고 오늘밤도 별쟁이들은 
춥고 어두운 곳 어딘가에서 눈에 힘을 주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나에겐 또다른 집착이 하나 더 있는데..
별과 관련된 숫자를 가능하면 다 외우고 있어야 한다는 것.
20대 때에는NGC 번호들을 한번 보면 머리에 쏙쏙 들어왔던 것 같은데
이제는 더 이상 까먹지 않는 것만도 사력을 다해야 하는 시기가 되었다.

위의 내 스케치에 메시에와 NGC 번호로 설명을 달면서
이 번호가 맞나 안맞나..
(알량한 자존심에) 안 보려다가 결국은 구글의 자료사진을 찾아서 숫자를 대조해 보았다
휴.. 아직까지는 다 기억하고 있네 
자동으로 안도의 한숨이 나온다

보는 거나 안보는 거나 그게 그거인 도전 대상을 쪼는 것이나
먹고사는데 별로 필요 없는 4자리 숫자들을 암송하는 것이나
아무 짝에도 쓸데없는 집착인건 아닐까?
아니 어떤 점에선 확실히 observation이 아니라 obsession일지도 모른다
근데 그게 별쟁이들의, 그리고 나의 즐거움인 것을..

그래서 어떤 유명 돕소니언 메이커 brand도 “OBSESSION”이 되었나보다.
obsession.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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