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76] 한 마리 나비를 찾기 위하여

by 조강욱 posted Sep 25,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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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아령성운.

일본어 스타일의 이름인 것도 같지만

영어로도 little dumbbell nebula인 것을 보면 동양이나 서양이나 보는 눈은 비슷한 것 같다.

76번은 메시에 110개 대상 중에 가장 어두운 아이 중 하나로 기재되어 있지만,

실제로 보면 생각보다 꽤 밝은, 작은 성운 뭉치를 만날 수 있다.

대상의 등급(Magnitude)과 표면밝기(Surface brightness)는 다르기 때문이다

Magnitude는 면적을 가진 대상을 한 점에 모았을 경우를 가정하여 밝기를 계산하므로

작고 밝은 대상보다 흐리지만 면적이 큰 대상의 Magnitude가 더 높다

안시로는 가장 밝은 멕시코만 쪽만 억지로 보이는 북아메리카 성운의 Magnitude가 

무려 4등급인 것만 보아도 알 수 있다. (76번은 10.1등급이다)

따라서 성운 관측시에는 꼭 표면밝기를 확인해 보아야 한다. 

멋진 천체사진만 보고서 관측 대상을 정한다면 낭패를 보기 십상이다.


M76은 작지만 밝다. 조금만 주의깊게 형체를 찾다보면

흰 벽돌 두 개를 붙여놓은 것 같은 특유의 모양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거기에서 M27, 진품 아령성운을 연상하는 것도 어렵지 않은 일이다.

LDB.jpg 


몇년 전, 천체스케치의 명인인 윤정한님의 76번 스케치를 보니

거기엔 아령이 아니라 한 마리 나비가 날고 있었다

이런 모습이 15인치에서 보일 것이라고는 생각조차 해보지 않았는데

10인치로 관측한 스케치에서도 그 모습은 명확하게 보였던 것이다.

[ M76, 태기산에서 윤정한 (2000) ]

M76_Yoon.png 


얼마 뒤, 천문인마을에서 한밤중에 검은 종이에 파스텔로 흰벽돌 두 장을 쌓고 

찬찬히 나비 날개를 찾아본다

한참을 지나서, 어떻게 알았냐고 묻듯이 여리지만 커다란 날개가 슬며시 살짝 드러낸다.

첫 방문에 제 모습을 온전히 허락하지는 않은 도도한 아이지만 말이다.

아는 만큼 보인다. 성운은 특히 더 그렇다


[ M76, 천문인마을에서 조강욱 (2014) ]

M76_Nightwid.jpg






                                  Nightwid 無雲


1200_별보기_표지입체.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