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다버린 사과.
아령성운이란 공식 별칭보다
훨씬 먼저 사과라는 이름과 친해지게 되었다
하긴 웨이트 트레이닝보단 맛있는 사과가 낫지!
그리고, 구경을 키우거나 OⅢ 필터를 사용하면
이젠 더 이상 먹다버린 사과가 아니다.
먹기 전의 사과라고 하기엔 너무 타원형이고..
먹다버린 사과 뒤에 럭비공이 하나 놓여 있는 형상이라 하는게
가장 비슷한 설명일 것이다
2010년에 처음 호주로 천체관측 원정을 다녀오고
그 꿈같은 여운에.. 시시한(?) 한국 별들은 쳐다도 안 보고 방황하다가
두 달을 별을 보지 않으니 다시 배가 고파져서
홍천에 가서 M27을 보았다
[ M27 - 홍천 괘석리, 검은 종이에 파스텔과 젤리펜으로 조강욱 (2010) ]
(Dumbell은 Dumbbell의 오타.. ㅠ_ㅠ)
스케치를 하다 보니, 먹다버린 사과 본체도 균일한 색이 아니라 얼룩덜룩하다
Dark patch까지는 아니지만 음영의 차이가 있는 것은 명확하다
그리고 럭비공 표면과 성운 주변의 잔잔한 별들이 참 예쁜 대상이다
집에 와서 사진을 놓고 대조해 보니....
유심히 뜯어 보았던 성운 표면의 얼룩도,
공들여 찍었던 별들도 모두 사진과 일치한다
혹자는 성운 스케치를 할 때,
성운과 관계 없는 배경 별들을 왜 그렇게 열심히 찍냐고 하기도 하는데..
내가 100%의 정성으로 찍은 별들이 실제 성도와 정확히 맞는 것을 볼 때의 만족감은
아마 그 정성을 들여보지 않은 사람은 알기 어려울지도 모른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27번의 숨은 재미는
럭비공 위의 희미한 별을 찾아 보는 것이다
성운 뒤에 숨어서, 혹여 들킬까봐 숨을 할딱이고 있는
그 작은 별을 찾아보는 맛.
누가 그랬더라?
별보기의 참맛은 감질맛이라고.
Nightwid 無雲