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조강욱입니다
지난달에 천문인마을에서 이세종 선생님과 함께한 관측회가 있어서
야간비행에 올린 관측기록을 학회 게시판에도 공유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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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 마지막으로 별을 본 게 언제더라? ㅎㅎ
작년 가을 9월을 마지막으로 못 갔으니 5개월이 흘렀다
(호주 9박 10일 다녀온 것은 다른 하늘이니 제외하고.. ㅎ)
설날은 울산에서 파란 하늘을 바라보며 입맛만 다시고..
한 주가 더 흘러 금요일 아침.
윤호씨한테 저녁에 쏘주나 한잔 할까? 하고 번개를 날리니
오늘은 선약 때문에 안 된다며..
오늘 날씨 좋은데 안 나가냐는 회신이 왔다
음.. 날씨?
어느덧 회사생활 10년차.
나도 이젠 어느덧 ..습관적으로 하늘 보던 버릇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15층 창 밖으로 보이는 하늘은 무지막지하게 맑고 푸르다
어.. 일도 많고.. 저녁에 약속도 잡으려 했는데..
근데.. 당연히 가야 하는거 아닌가? 하늘이 이렇게 맑은데.. ㅎㅎㅎ
천문인마을에서 있었던 야간비행 신년회에 참석하지 못한 것이 한이 되어,
남희형님과 상의하여 바로 천문인마을로 장소를 정하고 공지를 올렸다
퇴근하여 집에 도착해서 밥먹을 시간도 없이 짐 챙겨서 8시반 출발.
예전에는 그냥 밟으면 2시간에도 천문인마을을 주파했던 것 같은데
열심히 갔는데도 도착하니 이미 11시다.
오늘 오기로 했던 세분은 아직 도착 전.
간만에 화백님을 뵙고 옥상에 오르니 시린 겨울 별빛들이 나를 맞는다
얘들아.. 안녕.....
한참 멍하니 하늘을 보고 있으니 자폐정이 지나간다
어 자폐정 수면 시간이 이미 지났는데...
잘 만났다.. 망원경좀 들어주소~~
북조선에는 망원경을 꼭 혼자 들어야 한다는 에티켓이 존재하는 것일까
항상 그랬지만 자폐정은 절대로 망경을 들어주지 않는다 ㅡ_ㅡㅋㅋ
혼자 낑낑대며 망경 조립을 마치고 성상을 보니
환상적인 하늘과는 어울리지 않게 별들이 탱탱 뿔어있다
고속도로 나와서는 미러 냉각 때문에 창문 열고 달렸는데 그 정도 가지고는 택도 없나보다 ㅎ
냉각을 기다리며 화백님과 TV 보고 있는데
한 분씩 속속 도착!
천문학회 서울지부 이세종 선생님이
그 늦은 시각에 가족을 모두 델꼬 오셨다
남희형님과 한솔형님도 곧 도착..
새벽 1시 넘어서 별상도 어느정도 안정을 찾고
관측을 시작.. 하려는데 이런!
필통을 집에 두고 왔네.. ㅠㅠ
이동용 필통에 스케치용 도구들을 가지런히 담아놓고 집 책상 위에 잘 모셔두고 온 것이다...;;;;
아 이걸 어떡하나.. 멘붕이 와서 방황하고 있는데
한솔님이 18UC로 51번을 잡아놓고 부르신다
OH!! JESUS!!!
51 나선팔이 사정없이 팽팽 돌아간다
내가 이렇게 멋진 날에 강원도에 왔는데 겨우 필통 안 가져왔다고 놀고 있는 것인가..
갑자기 의욕이 완충되어 가방을 뒤지니
낡은 샤프 한자루가 가방 구석에 놓여있다
일단 여기서 흰 종이에 이 샤프로 스케치를 하고, 집에 가서 검은 종이에 옮겨 그려야지..
천체 스케치를 위한 예비 스케치라니! ㅋㅋㅋㅋ
이 좋은 날씨를 날릴 수가 없어서
제일 보기 편한 고도에 올라와 있는 67번을 그리기로 하고 점을 찍는데..
연일 이어지던 야근의 피로가 누적되어 잠이 쏟아지기 시작한다 -_-ㅋㅋ
영하의 날씨에도 불구하고
서서 아이피스에 눈 대고 졸고 종이에 동그라미 그리다 졸고.. ㅎㅎ
한시간이면 끝낼 스케치를 두시간여를 붙잡고 있었다
새벽 4시가 되어서야 겨우 스케치 한 장 완료
이거 원래 작년 1월에 천문인마을에서 그리다가 날씨가 안 좋아져서 완성을 못 했던 아이인데..
두번째 시도에서는 어찌어찌 완성은 했지만 컨디션 난조로
제대로 예뻐해 주지 못한 것 같다..
[M67, OC in Cancer] ← 집에서 검은 종이에 젤리펜으로 다시 그림
67번은 다른 대상보다 배경 성운기가 더 짙은 것 같다.
이 아이는.. 사실 산개성단 계에서 몇 손가락 안에 들 정도로 연세가 많은 분이다 ㅡ,ㅡ
산개성단 나이가 무려 32억살이라니 ㅎㅎㅎ
그 오랜 기간동안 이 별가족을 엮어준 것은 무엇일까.
유독 성운기가 많이 보이는 것도
이 아이.. 아니 할아버님의 연세와 관계가 있는 것일까.. 잘 몰겠다 ㅋ;;
시간은 흘러흘러 이제 소행성을 마주할 때가 되었다
김병수님이 올려주신 소행성 성도(http://cafe.naver.com/skyguide/99211)를 출력해 간 터라,
그 성도와 스카이 아틀라스를 대조하며 예상 루트를 확인해보니
사자 발 밑에서 올라와서 사자 엉덩이를 통과하여 큰곰으로 올라가는 루트..
4시 47분 사자 발 밑의 4등성인 77번 별을 근접하여 통과할 예정이라,
77번 별을 아이피스로 잡아놓고 잠복 근무에 들어간다
사건현장에서 용의자를 기다리는 형사의 잠복 근무가 이런 기분일까.
아스트로마트나 별하늘지기 중고장터에서 메그레즈90ED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이런 기분일까 ㅎㅎ
계속 77번 별을 모니터링 하다가 잠시 한눈을 파는 사이
옆자리에서 같이 잠복근무 중이던 한솔님의 탄성. '찾았다!'
깜짝 놀라서 아이피스를 보니 77번 별 바로 옆으로
빛나는 작은 물체가 뽈뽈거리며 느긋하게 밤하늘을 지나간다
아. 찾았다!! 내 첫번째 소행성.. ㅎㅎ 이름이 뭐더라.. 2012DA14던가..
이건 무슨 의미의 naming일까?
Pentax XL 13mm 136배로 65도 시야를 횡단하는 것은 약 5초 가량,
여유있게 수동 가이드(?)를 하며
뽈뽈거리는 소행성을 졸졸 따라다닌다
그 조그만 아이가 반짝이며 별들 사이를 헤치고 다니는게 그렇게 귀여울 수가 없다 ㅎㅎ
남희님 한솔님과 번갈아가며 보고 귀엽다고 히히덕 거리다가..
뭐 더 잼있는 거 없을까 하고 소행성 성도를 보니
5시 정각에 사자 엉덩이 안에 있는 작은 은하 NGC3655를 통과할 예정이다
그래. 은하면을 가로지르는 소행성이라..
가끔 은하 관측할 때 은하면을 빠르게 지나가는 작은 유성만 봐도 기분이 좋은데
귀여운 소행성이 유유히 흘러가는 장면이라면.... ㅎㅎㅎㅎ
3655 은하를 잡아놓고 또다시 잠복근무를 서는데
4시 58분 59분을 넘어서 5시가 되었는데도 소식이 없다
그 순간, 다시 한솔님의 '찾았다!' 외마디 탄성.
어디 어디???? 여긴 아무것도 없는데~~~~
지체할 시간이 없어서 내 망경을 팽개쳐두고 한솔님 18인치로 얻어보니
아.. 생각보다 은하에서 멀리 지나간다.
은하밭을 관통하지 못해서 아쉽긴 하지만 그래도 은하와 한 화면에 잡히는 귀여운 소행성..
이것만 해도 충분히 대박 ㅋ;;;
배부르게 소행성을 보고,
한솔님이 노트북으로 별하늘지기에 소행성 관측 속보를 올리러 카페테리아로 내려간다 하신다
누가 지금 성공한 사람 있을까 하여 망경 앞에서 스말트폰으로 별하늘지기에 들어가보니
아직 아무도 글을 올린 사람이 없다
갑자기 공명심이 발동하여 한솔형님이 노트북으로 글을 쓰는 동안
옥상에서 스마트폰으로 먼저 샥~ 올려버렸다.
아~~ 이 얍삽함은.. ㅎ;;;
[99292번 글, 한솔형님 글보다 5분 먼저(05:06) 올림.. ㅎ]
번개같이 글을 쓰고 카페테리아로 내려가니
한솔님이 한마디 하신다
'초신성이 아니고 소행성~~~!!!'
ㅋㅋ 급한 마음에 '소행성 관측 성공'을
'초신성 관측 성공'이라 쓴 것이다.. ㅎㅎㅎㅎ
[허겁지겁 수정한 제목.. ㅡ,ㅡㅋㅋ]
호주에서 초신성 최초 발견을 인정받지 못한 것이
얼마나 한이 되었으면 무의식 중에도 초신성 생각을.. ㅡ_ㅡㅋㅋㅋㅋ
(관련 Link : http://www.nightflight.or.kr/xe/76623)
여튼.. 초신성 아니 소행성을 실컷 보고 5시 반이 넘었는데도 하늘은 여전히 깜깜하다
다른 분들은 또 다음 대상을 찾고 있는데
난 더 이상은 빠떼리가 방전되어서 못하겠다
그래도 금요일 퇴근하고 집에가서 짐 챙겨서 천문인마을까지 가서
꾸벅꾸벅 졸면서 67번 스케치 한 장 하고
귀여운 소행성도 보고 별하늘지기에 1착 관측기도 올리고
이정도면 마이 했다~~~
※ 며칠간 뻥스타스 때문에 고생하신 분들의 눈물겨운 관측 기록들을 보니
천문 이벤트 1착 기록을 남겼다는 것이 더 신나고 기분좋게 느껴진다.. ㅎ
Nightwid 無雲
※ 핑계는 점점 더 늘어가고 관측기는 점점 더 늦어지고 있음.. ㅎ;;;
소행성이 뽈뽈 지나가능게 귀엽다는 표현이 너무 좋으네요^0^ 보진 못했지만 어떤 모습인지 확 이해가 되요^.^* 부럽고 존경스럽슴당^^